튤립이라는 꽃은
누군가에게는 봄의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잠깐 들렀다 가는 여행의 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신안튤립 농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이곳에서 튤립은 계절의 기록이고,
흙에 남는 시간이고,
농부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인내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처음 농장에 들어오면
바람 소리가 먼저 반갑게 인사합니다.
튤립이 아니라 바람이요.
제주의 바람은 어쩐지 사람처럼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보면
꽃 줄기 옆을 지나가는 작은 공기의 흔들림까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신안튤립 농장 – 우리가 바라보는 ‘꽃’의 의미
사람들은 튤립 농장이라고 하면
색이 화려하고,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신안튤립이 바라는 건 그보다 조금 더 깊은 경험입니다.
이곳에서는
꽃을 보는 순간뿐 아니라
그 꽃이 피기까지의 시간,
바람과 흙이 지나온 계절,
농부가 지켜온 작은 습관들까지
함께 느껴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쁘다”라는 말보다
“또 오고 싶다”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이 농장은 카메라보다 눈으로 천천히 보고,
발자국 소리로 계절을 듣는 장소니까요.
창립 이야기 – 아주 작은 결심이 농장을 만들었다
신안튤립은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15년 전, 김 씨가
“조금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꽃을 키워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품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제주도의 바람은 꽃을 키우기 쉬운 환경이 아닙니다.
줄기가 부러지기도 하고,
바람에 건조해지기도 하고,
구름이 물러가는 속도에 따라
빛의 세기도 끊임없이 바뀝니다.
하지만 김 씨는
날씨보다 흙을 믿는 사람입니다.
흙에 물길을 내고,
유기물을 넣고,
계절에 맞춰 토양을 쉬게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농장의 기반을 다져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신안튤립”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친환경 농법 –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노력들
우리는 크게 말하지 않아도
농장은 조용히 친환경 방식을 유지해왔습니다.
땅에 부담을 덜 주는 퇴비 관리,
잡초를 없애기보다 공생하는 방식,
토양의 수분을 지키는 멀칭,
벌과 곤충을 해치지 않는 방제.
이 모든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꽃 한 송이를 더 오래 건강하게 피우기 위해
우리는 물 대신 기다림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해외에서도 자연 친화적 꽃 재배가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데,
유기농 꽃의 가치에 대한 자료는
British Growers의 유기농 꽃 관련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 가능한 꽃 재배가 지역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도
Eco Flowers 블로그에서 소개되고 있죠.
신안튤립 농장은
그런 자료들을 참고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 자연이 만들어주는 풍경
새벽에는 농장이 아주 조용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소리를 꺼둔 것처럼.
햇빛이 닿기 시작하면
튤립 꽃잎 위로 아주 얇은 빛이 내려앉습니다.
그 순간은
사진으로 찍어도 절반밖에 담기지 않는 순간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빛이 가장 약한 시간대를 찾아오고,
아이들은 밝은 시간에 와서
터질 듯 웃으며 튤립 사이를 뛰어다닙니다.
제주는 계절마다 색이 다르기 때문에
농장의 풍경도 매해 같은 날에 와도
똑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따뜻함과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어떤 날은
꽃보다 바람이 더 눈에 들어오고는 합니다.
농장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
신안튤립을 찾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 작은 카메라 하나 들고 조용히 사진을 찍는 사람
- 아이 손을 잡고 색깔을 구경하는 가족
- 혼자 앉아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는 여행자
- 지역 주민으로 매년 빠짐없이 방문하는 단골
우리는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볼 뿐입니다.
이 농장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각자 조금씩 다를 테니까요.
어떤 이에게는 힐링이고,
어떤 이에게는 여행의 한 부분이고,
어떤 이에게는 좋아하는 꽃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계절이 남기는 흔적 – 농부의 하루
씨앗보다 먼저 준비하는 것들
튤립을 키우는 일은
씨앗을 심는 것보다
그 전 준비가 훨씬 많습니다.
흙을 고르고,
지형을 파악하고,
햇빛을 계산하고,
물 흐름을 조절해야 합니다.
농부의 하루는
눈에 띄지 않는 일로 시작됩니다.
바람과의 싸움, 혹은 대화
제주의 바람은
농부에게는 숙제 같은 존재입니다.
튤립 잎이 꺾이지 않도록
작은 나무막대나 지지대를 세우기도 하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꽃의 방향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핀 튤립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을 이겨낸 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수확의 순간
튤립은 수확할 때가 되면
잎 끝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경험 많은 사람은
그 흔들림만 봐도
수확 시점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튤립은 조용하면서도 섬세한 생명입니다.
신안튤립 농장이 지키고 싶은 것들
우리 농장은
크게 확장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대신,
지금 이 공간이 가진 매력과
계절과 바람이 만든 고유한 풍경을
더 오래 지키고 싶습니다.
- 흙을 지치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 과도한 비료나 농약 없이 관리할 것
- 관광객이 많아도 농장의 리듬을 잃지 않을 것
- 방문객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것
농장이 크다고 좋은 곳이 아니고,
관광객이 많다고 성공한 곳도 아닙니다.
우리는
“꽃이 피는 방식”과
“사람들이 머무는 방식” 모두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농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당신이 신안튤립에서 만나게 될 풍경
신안튤립 농장에 오면
천천히 걷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곳이 가진 가장 큰 매력입니다.
- 햇빛이 튤립 위에 스며드는 순간
- 구름 사이에서 잠시 드러나는 파란 하늘
- 바람이 줄기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소리
- 흙 냄새와 꽃 향이 섞여 올라오는 공기
그 풍경 속을 잠시 걷고 나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
조용히 정리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이라고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신안튤립, 앞으로의 이야기
우리는 앞으로도
농장을 “예쁘게”보이게 만드는 것보다
“오래도록 좋게”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입니다.
계속 친환경 농법을 연구하고,
토양 건강을 지키면서
계절마다 조금 다른 농장 풍경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다시 이 농장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의 일은 성공입니다.
제주도의 바람이 조금 낮아지는 봄날,
튤립의 색이 가장 선명하게 피어오르는 시간에
신안튤립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